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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5일 만에 만든 서비스로 9천 명의 선택을 받기까지

by Antraxmin 2025. 1. 4.

 

이번 글에서는 개발자로서 나의 인생 전환점이 된 순천향대 학식 및 캠퍼스 주변 음식점 정보 제공 서비스, 순천향대 맛집알리미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9천 명의 선택을 받기까지의 여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

충남 아산시 신창면 깊숙한 산골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위치적 인프라는 물론이고, 수도권 대학에 비해 디지털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학생들의 일상과 직결된 학식 정보조차 디지털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학식 정보였다. 대학가에는 보통 학생들의 하루 세 끼를 책임지는 여러 학생식당이 있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실시간 메뉴나 운영시간을 디지털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학식당 메뉴판은 대부분 종이로 되어 있어 학생들은 그날의 메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야만 했다. 에브리타임의 게시판을 분석해보니 이러한 불편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학식 메뉴 좀 알려주세요!"
"오늘 학생회관 식당 영업하나요?"
"기숙사 식당 저녁 운영시간 아시는 분?"

 

에브리타임에서 매일같이 올라오는 이런 게시글들을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깊이 분석해보니 학생들의 니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캠퍼스 주변 식당 정보도 큰 문제였다. 신창면이라는 지역 특성상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과 같은 상용 지도앱이 제공하고 있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이미 폐점한지 오래인 식당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맛집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다른 플랫폼 역시 없었고, 학교 근처 식당들의 메뉴와 가격, 영업시간 등의 정보는 대부분 에브리타임과 입소문으로만 전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불편하다'는 것을 넘어 매일 세 끼를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생들의 경우 이러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순천향대 맛집알리미'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학식 메뉴만 제공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분석 과정에서 파악한 학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여 캠퍼스 주변 식당 정보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서비스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직접 발로 뛰며 데이터를 모으다 

개발은 2023년 3월 개강 직전에 시작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이 있었기에, 빠른 개발과 배포가 가능한 Next.js를 선택했다. 가장 큰 기술적 도전은 캠퍼스 주변 맛집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도 API를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산골 지역 특성상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누락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식당 정보를 수집하고,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가격대, 영업시간 등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중점적으로 수집했다. 내가 직접 촬영하지 못한 몇몇 식당의 경우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저작권자에게 직접 연락을 드리며 사용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초기에는 프론트엔드 성능 최적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 사이에 빠르게 메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첫 페이지 로딩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Next.js의 SSG를 활용하여 정적 페이지를 생성하고, 이미지 최적화와 코드 스플리팅을 적용하여 초기 로딩 속도를 개선하고자 했다.

 

초기 서비스의 또 다른 기술적 도전은 데이터 정확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특히 식당 운영시간이나 휴무일 정보는 수시로 변경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관리자 페이지를 통한 수동 업데이트 방식을 채택했지만 혼자서 모든 정보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 제보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각 식당 정보 페이지 상단에 '제보하기' 버튼을 추가하여, 사용자들이 직접 변경된 정보를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제보된 정보는 확인 후 반영하는 방식으로, 관리자인 내 입장에서 조금 귀찮을 수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5일간의 몰입: 개발에 미친 사람이 되다 

아래는 당시 작업했던 Github 레포다. 

 

GitHub - Antraxmin/SCH-Food: 순천향대 맛집알리미

순천향대 맛집알리미. Contribute to Antraxmin/SCH-Food development by creating an account on GitHub.

github.com

 

맛집알리미는 단 5일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이는 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 집중력과 과몰입 덕분이었다. 한번 몰입하면 하루 16~20시간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개발에 매진하는 특성 덕분에,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이런 방식이 건강하거나 지속 가능한 개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빠른 결과물 도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코드 품질이나 설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완벽한 서비스'보다 '작동하는 서비스'가 더 중요했고, 이러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당시 개강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엄청난 수준의 몰입이 프로젝트 완수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식사 시간도 잊은 채 개발에만 집중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짧은 시간 내에 서비스를 완성하고 출시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캠퍼스를 뒤흔들다

 

서비스의 성장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출시 첫날, 에브리타임에 올린 서비스 소개 게시글은 순식간에 실시간 HOT게시판 상위에 올랐고, 엄청난 개수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라인에서의 반응이었다. 교양 수업 시작 전 강의실에서 "맛집알리미 보고 점심 메뉴 정했다", "오늘 저녁 여기서 먹자" 같은 대화가 오가는 것을 듣기도 했다. 당시 3학년 1학기를 시작하며 여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IT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학과 친구들까지도 먼저 다가와 맛집알리미를 개발한 게 맞냐며 놀라워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도 매우 구체적이었다. "OO식당 OO메뉴 가격이 천원 올랐더라구요", "이번에 개강 직전에 새로운 식당 생겼어요" 등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피드백들은 빠르게 업데이트에 반영하였고, 이는 사용자들의 더 큰 호응으로 이어졌다. 특히 신입생들에게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다. "동기가 소개시켜줘서 이거 깔았어요", "선배가 이거 짱이라고 추천해줬어요" 같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서비스가 실제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데이터로 살펴본 서비스의 성장 

 

출시 직후 3월 한달간의 서비스 이용 통계

맛집알리미 서비스는 학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출시 첫 달인 3월 한 달간 꽤나 의미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중복 접속을 제외한 순수 이용자 수가 약 4천 명(3,940명)에 달했고, 총 참여 세션은 8,291회를 기록했다.  한 달 동안의 총 이벤트 수는 115,601회에 달했다. 이런 수치들은 캠퍼스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였다.

 

 

맛집알리미 서비스는 한 학기 동안 더욱 성장했다. 누적 활성 사용자가 9,110명에 달했고, 새로운 사용자도 8,961명을 기록했다. 총 세션 수는 19,973회를 기록했으며, 총 이벤트 수는 255,011회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지표를 통해 이용 현황을 통해 내가 만든 서비스가 학생들의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도전의 시작, 창업동아리 

맛집알리미 서비스가 교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창업 전담 교수님과 연락이 닿게 되었다. 첫 미팅에서 교수님은 서비스의 성과보다도 개발부터 출시/운영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낸 점을 높이 평가해주셨다. 학생들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기술적인 구현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용자의 니즈를 읽어내는 감각이 창업가적 자질을 보여준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이 만남을 계기로 창업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맛집알리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제공한다는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SOON+'의 시작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작은 목표였지만, 9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서비스의 성공 여부는 결국 사용자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그리고 기술은 그 해결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산골 캠퍼스의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했던 시도가 이렇게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사용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은 SOON+ 개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대학생 개발자로서 또 한번의 인생 터닝 포인트였던 순천향대 종합정보제공 서비스 'SOON+'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